변온동물인 문어는 체온조절 기능을 체내에 갖추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어의 뇌는 수온 변화에 대해 항상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러나 매우 높은 지능을 가진 문어는, 수온의 변화에 따라 신경세포의 RNA를 즉석에서 고쳐쓰는 기능을 갖추고 있고, 그 결과 문어는 수온의 높고 낮음에 대응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시카고대학 해양생물학연구소 조슈아 로젠탈 등 연구팀에 의해 제시되었다.
생물의 형질이나 성질이 변화하는 "돌연변이"는 DNA에 변화가 생기면서 발생하는데, 돌연변이는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도 있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인 반면, RNA의 재작성은 개체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일시적인 수단. 일반적으로 RNA의 재작성은, 많은 식물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동물에서는 문어나 오징어 등 두족류 이외에서는 드문 행동이라고 알려져 있다.
로젠탈 씨는 "RNA를 다시 쓰는 것으로, 생물은 다양한 단백질을 언제 어디서나 발현시킬 수 있다"면서도, "두족류에 의한 RNA 재작성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 그래서 연구팀은 문어가 수온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RNA를 다시 쓰는지, 또 RNA를 다시 써봄으로써 문어의 뇌 속 단백질 기능에 영향이 있는지 조사했는데, 야생 문어는 다양한 수심으로 이동했을 때, 급격한 수온 변화와 환절기 같은 완만한 수온 변화 모두에 노출돼 있다고 로젠탈 씨 등은 전했다.
연구팀은, RNA의 재작성이 수온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야생 캘리포니아 투 스팟 문어를 포획해, 따뜻한 바다를 본뜬 22℃ 수조와 차가운 바다를 본뜬 13℃ 수조로 나눠 각각 순응시켰고, 몇 주 후 각 문어의 RNA를 DNA와 비교하고, 알려진 편집부위 6만여 곳에서 RNA 편집이 이루어진 흔적을 조사.
텔아비브 대학의 엘리 아이젠버그 씨는 "수온 적응을 위한 RNA 재작성은, 이번에 조사한 약 6만 곳의 편집 부위 중, 약 3분의 1인 2만 곳 이상에서 관측됐다"고 보고하고, 또 "재작성이 이루어지는 RNA는 신경계와 관련된 RNA인 경우가 많아, 차가운 바닷물의 문어가 더 자주 RNA를 재작성했습니다"라고 설명.
다음으로 연구팀은 문어의 RNA 재작성이 이루어지는 타이밍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는데, 실험에서는 문어의 어린 몸을 사용하여, 약 20시간에 걸쳐 14℃에서 24℃까지 0.5℃마다 수온을 상승시켰고, 또한 동시에 24℃에서 14℃까지 0.5℃씩 수온을 저하시키는 실험도 실시. 그 때 수온 변화 전, 수온 변화 직후, 4일 후 시점에서의 RNA 재작성 정도를 측정 한 결과, 수온 변화 완료 후 1일 이내에 RNA의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이 관측되었으며, 4일 후 시점에서는 이후에도 지속되는 새로운 RNA 상태로의 변화가 완료되었음이 밝혀졌다. 세인트 프랜시스 대학의 매튜 버크 씨는 "우리는 지금까지 문어 RNA 재작성이 몇 주 안에 이루어지는지, 또는 몇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문어의 RNA 재작성이 단백질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신경계 기능에 중요한 키네신과 시냅토타민이라는 두 가지 단백질에 착안해, RNA 재작성 전후를 비교. 그 결과 따뜻한 환경에 놓인 문어든 차가운 환경에 놓인 문어든 마찬가지로 RNA의 재작성으로 인해, 이 단백질들의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또 그 기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RNA 재작성을 통한 수온 변화 적응은 이번에 조사된 캘리포니아 투 스폿 문어뿐만 아니라, 근연종인 벨릴 투 스폿 문어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측됨에 따라, 연구팀은 다른 낙지와 오징어에서도 온도에 적응하기 위한 RNA 재작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문어가 이 RNA의 재작성을 어떻게 제어하고 있는지, 왜 수온이 낮을수록 잦은 RNA 재작성이 이뤄지는지 등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점이 많다는 것. 연구팀은 앞으로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하고 문어와 다른 두족류가 저산소 상태나 수질오염 등 수중 환경에 따라 RNA를 재작성하는지 조사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