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7월,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 우주 개척사에 "위대한 걸음"을 남겼다.
하지만, 그 300여 년 전에 달 여행을 계획했던 인물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거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인물은 영국의 천문학자이자 성직자였던 존 윌킨스(John Wilkins, 1614~1672).....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윌킨스는, 자신의 이론에 근거하면 달에 갈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계획 실현을 위한 "유인 로켓"까지 고안했는데, 아직 비행기도 탄생하지 않은 17세기 시대에 그는 어떤 방법으로 지구를 탈출 해 달에 가려고 했었던걸까?
그 놀라운 계획과, 그가 설계한 유인 로켓에 대해 알아보자.
■ 17세기에 달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존 윌킨스
존 윈킨스는 1614년에, 금세공가의 아버지와 잉글랜드 중부 노샘프턴셔 주의 젠트리(상류계급)후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총명했던 윌킨스는, 옥스퍼드대 모들린 칼리지에서 수학과 천문학을 공부하고, 1631년에 학사 학위를, 1634년에 석사 학위를 취득.
1648년에는 옥스퍼드 대학 와담 칼리지의 학장에 취임해, 1660년에는 런던 왕립 협회(Royal Society of London)의 설립에 공헌했고, 그러면서도 신학에도 경도되어 잉글랜드 국교회 성직자로 임명되어 평생 고위직을 수행했었다.
이처럼 그는 과학과 신학이라는 상반된 두 세계에 몸담고 때와 장소에 따라 교묘하게 그 2면을 구사.
그리고 그가 활약했던 17세기 당시 사람들에게 "달세계"는 바로 "다른 세계"였다. 오늘날 인식과 달리 "달은 지구와 완전히 다른 재료나 구조를 하고 있으며, 같은 자연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라고 널리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에 윌킨스는 1638년 출간한 저서 "A Discovery of a New World in the Moon"에서, 이 생각에 이론을 제기한다.
그는 망원경을 통한 달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달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암석으로 된 자연물로 독자적인 대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것.(전반적인 통찰은 옳았지만, 달에 대기는 존재하지 않고,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만약 대기가 있어도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린다는)
윌킨스는, 이런 생각을 제창한 최초의 인물은 아니지만, 이 책에는 달나라 여행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나 과제를 찾는 장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그가 생각한 "달 여행 이론"이란 어떤 것이었나?
■ 어떤 선을 넘으면 지구의 인력에서 해방된다
윌킨스는, 달 여행 계획에 있어서 몇 가지 과제를 예상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했다.
그 중 가장 큰 과제가 "지구가 무렟를 땅으로 끌어당기는 불가사의한 힘"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라는....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현대의 지견으로 다시 말하면, 이것은 "인력"이 되는 것.
그런데 그의 시대에는 아직 만유인력이 발견되지 않았고, 그러려면 뉴턴(1642~1727)에 의한 만유인력(universal gravitation)의 발견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지구에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은, 뉴턴 이전부터 이미 알려져 있었다.
윌킨스는 이 불가사의한 힘을 자력(magnetism)과 같은 것으로 파악했다는....
그는, 영국 물리학자 윌리엄 길버트(William Gilbert 1544~1603)의 연구를 기초로, 두 물체 사이의 자력 세기는 양측이 위치한 장소에 따라 다르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진다는 것을 발견했고, 여기서 윌킨스는 지구의 자력이 미치는 범위만 탈출할 수 있다면, 달로 향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하학과 삼각법을 통해 지구의 자력이 미치는 범위는 지상에서 상공 20마일(약 32km)이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즉, 상공 32km를 넘으면 더 이상 지구로 끌려가지 않고, 나머지는 달 표면으로의 순조로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다만, 이것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은 우리는 알고 있다. 지구의 대기는 4개의 층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으며, 지상에서 상공 10km까지를 "대류권", 10~50km를 "성층권", 50~80km를 "중간권), 80km 이상을 "열권"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상공 100km가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으로 정의돼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켓 대기권 진입은 120km 부근이다.
또, 우주 왕복선이나 ISS(국제 우주정거장)가 비행하고 있는 것은, 고도 400km 정도이며,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 4400km이다.
이를 감안할 때, 윌킨스가 예상한 상공 32km는 아직 지표에 가까운 곳으로 이 선을 넘는다고 지구의 인력에서 해방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전혀 몰랐던 윌킨스는 지론을 밀어붙였고, 급기야는 달 여행을 성사시킬 유인 로켓까지 생각해냈다.
마지막으로 그 엉터리 로켓을 살펴볼까?
■ 달 여행은 "하늘을 나는 사륜차"로 가능?
윌킨스는, 1648년 저서 "Mathematical Magick;or, The wonders that may beperformed by Mechanical Geometry"에서 신기한 기계 설계도를 여러 개 기재했다.
그 중 하나로 고안된 것이 사람을 달에 실어 나르기 위한 장치인 "하늘 나는 사륜차(Flying Chariot)"이다.
그 외관은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욕조 같은 몸체에 4개의 바퀴와 회전식 날개가 갖춰져 있었는데, 이 설계를 통해 대기권 진입이나 우주의 기압 상태 등 윌킨스의 머리에는 아예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상공 32km만 넘으면 지구는 탈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하늘을 나는 사륜차"는 스프링 장치의 바퀴와 화약을 동력원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표에서 발사하고 상공에서는 회전식 날개로 기체를 제어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
또, 지구에서 달까지의 왕복 여행에는, 약 6개월(180일간)이 필요하다고 상정했으며, 저서에서 날개를 어떤 소재로 코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며, 많은 소재로 실험하여 적절한 것을 찾을 것이라고....
위의 이미지는 옥스퍼드대 와담칼리지 역사학자 앨런 채프먼 씨가 그린 하늘을 나는 사륜차의 상상력이다.
당연히, "하늘을 나는 사륜차"가 실제로 만들어지지는 않았고, 윌킨스가 제안한 달 여행 계획도 잊혀졌다.
그러나 기성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자유로운 발상은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인류는 만유인력의 발견 이전부터 달나라 여행을 꿈꾸고 있었다는...
그리고 그 꿈은 윌킨스로부터 300년 후에 탄생한 아폴로 11호에 의해서, 그것은 훌륭하게 현실의 것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