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대형견을 끌어안고, 국경으로 17km를 걸어가는 우크라니아 피난민

애완견과 함께 국경을 넘어 대피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모습은, 연일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늙은 대형견을 끌어안고 국경을 향해 계속 걸어가는 한 여성이 있었는데, 소중한 가족과도 헤어진 상태라는 이 여성은, 그 괴롭고 괴로운 속마음을 The Guardian지에 털어놓고 있다.

 


■ 온 가족이 폴란드로 피신하기로 결정한 여성

지난 3월 10일, 대형견을 끌어안은 채 국경을 넘나드는 한 여성의 모습이 트위터에 게시되었는데, 이 여성은 우크라이나인 알리사(35세)다.

애완견 인 늙은 저먼 셰퍼드를 안고, 폴란드로 피신하기 위해 약 17km의 길을 걷고 있던 중이었다.

다른 우크라이나 사람들처럼 알리사의 삶은 2월 하순부터 크게 변화했고, 2월 23일 알리사는 59세의 아버지를 갑자기 잃었다. 그 다음날....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이 시작되었다는..

 

https://twitter.com/visegrad24


수많은 사람들이 수도 키예프를 떠나는 가운데, 알리사는 남편과 함께 아버지의 장례 절차를 밟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는데, 하지만 사이렌이 울리며 탱크가 거리를 누볐고, 장례에 필요한 서류 수속을 밟아야 할 등기소 직원들은 모두 대피해 버렸고, 화장터는 서류가 없어 시신 수령을 거부했다는.

결국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시신을 안치소에 둔 채, 알리사는 가족과 이웃나라 인 폴란드로 피신할 결심을 굳혔다. 독일계 기업에서 Python의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알리사에게 회사 측이 가족의 피난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 국경까지 17km를 늙은 개를 안고 계속 걸었다

알리사 씨는 어머니와 남편, 언니와 언니의 남편, 또 다른 언니와 자신의 아니 4명, 2마리의 애완견과 함께 키예프에서 약 140km 떨어진 마을까지 자동차로 16시간을 달렸다.

그러나 그곳에도 위험이 닥친 탓에 폴란드 국경 근처까지 서둘렀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국경 근처에 자동차로 몰려들고 있어, 폴란드 입국은 이대로라면 3~5일이나 걸릴 정도...

그래서 알리사 씨는 국경까지 17km 정도의 거리를 걷기로 마음먹고, 새벽 4시에 국경을 향해 걷던 중,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와 힘겨운 날씨에 아이들은 힘들다고 울고.....

알리사 씨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국경을 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심정으로 버텼다는.

 

https://twitter.com/ErGrogu


산과 강을 넘기가 쉽지 않았고, 열두 살짜리의 저먼 셰퍼드는 걷기가 힘들어 1km마다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알리사는 지나가는 차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없어, 결국 큰 개를 등에 지고 가기로 결심.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개는 두고 가야한다고 충고했지만,,,



"하지만 개는 소중한 가족의 일원입니다. 슬픈 일이나 기쁜 일을 모두 함께 겪고 살아온 거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어머니가 기르던 이 개는 어머니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셈입니다"

중간부터 교대로 알리사 씨의 남편이 개를 등에 업고 계속 걸었고, 마침내 폴란드와의 국경에 도착한 알리사 씨 가족이었지만,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 남편과 언니 가족과 떨어져

국경의 빨간 천막에는 수많은 피란민들이 있었고, 그곳에서 알리사 가족도 7시간 가량 머물렀지만, 알리사의 남편은 국경을 넘지 못했다.

 

https://twitter.com/sheppolly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국민총동원령이 발령, 18세부터 60세의 남성 시민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출국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어 정령의 발표로부터 90일 이내에 시가지에서의 전투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결국 남편과 어머니는 되돌아갔어요. 언니 가족도요. 그들은 지금 물과 식량, 상점과 약국이 없는 작은 마을에 머물고 있어요"

"저는 아이들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폴란드로 피난을 갈 것인지, 독일로 갈 것인지...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모르겠어요. 제 친구들 대부분이 아직도 키예프에 남아 있어요. 우크라이나 일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아버지의 시신은 지금 안치소에 있을 겁니다. 제가 돌아갔을 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기를 바랍니다. 아버지를 위해서 제대로 장례식을 꼭 치러 드리고 싶습니다"

애완견을 꼭 안고 국경을 향해 걸어가는 알리사의 모습이 Twitter 상에 퍼지고, 그녀의 스토리가 언론에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똑같이 짊어지고 있을 것 같은 슬픔에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다.

현재 전 세계의 많은 자선단체와 동물복지단체들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들과 동물들을 돕기 위해 계속 기부를 호소하고 있다.